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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아기 눈동자 흔들림 (안진, Nystagmus)

아기 눈동자가 떨리는 이유 – 단순한 버릇일까, 질환의 신호일까?

아기의 눈을 바라보다 보면, 정면을 응시하지 못하고 양쪽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때, 부모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정상 발달의 일부일까’, ‘시력 이상일까’, 혹은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다양한 걱정을 하게 된다. 이처럼 아기의 눈동자가 좌우 또는 상하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 이를 **안진(Nystagmus)**이라고 한다.

안진은 단순히 눈의 떨림이 아니라, 눈을 움직이는 신경계 조절 시스템의 이상이나 시각 기능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특히 영유아기 안진은 일부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상당수는 시력 저하나 뇌신경 발달 이상 등 심각한 질환의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안진이란 무엇인가 – 유형과 발생 기전에 따라 달라지는 원인

안진은 ‘눈동자의 비자발적인 반복 움직임’을 의미하며, 흔히 진동하듯 양쪽으로 움직이는 수평성 안진, 상하로 흔들리는 수직성 안진, 또는 회전성 안진으로 구분된다. 또한 그 움직임의 패턴에 따라 **펜듈럼형(왕복형)**과 **점프형(속도 차이 있는 비대칭 움직임)**으로 나뉘며, 이런 특성은 원인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안진은 크게 선천성 안진후천성 안진으로 구분된다. 선천성 안진은 보통 생후 3~4개월 무렵 시력이 발달하기 시작할 때 눈에 띄며, 이 시기에 지속되는 안진은 시각계의 기초 이상이 의심된다. 후천성 안진은 대개 이후 뇌신경 질환, 감염, 대사성 질환 등과 관련해 발생하며 더 주의가 필요하다.

선천성 안진의 대표적 원인은 **감각성 결함(sensory defect)**이다. 즉, 시각을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망막, 시신경, 시피질의 이상이 있는 경우 눈이 정확한 목표를 인식하지 못해 눈의 위치를 보정하기 위해 떨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선천성 백내장, 시신경 저형성(optic nerve hypoplasia), 시세포 이상(achromatopsia), 알비니즘 등이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반면 **운동성 안진(motor nystagmus)**은 시력 자체는 정상이지만, 눈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 조절 기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선천성 안진은 이 두 가지가 혼합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안진의 증상 – 단순 떨림을 넘는 시력과 발달의 문제

안진이 있는 아기들은 단순히 눈이 흔들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 대표적으로 정확한 초점 맞추기 어려움, 시선 고정 실패, 물체 추적 불능, 눈 마주침 회피, 지속적인 사시(눈이 한쪽으로 쏠림) 등이 있으며, 수유나 놀이 활동 중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아기의 시각 발달은 생후 6개월까지 매우 급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시력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시각 박탈’ 상태가 되며, 영구적인 시력 저하인 **약시(amblyopia)**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안진이 장기화되면 단순한 눈 문제를 넘어 인지 발달, 언어 발달, 사회성 발달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또한 안진이 뇌질환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근긴장 저하, 발달 지연, 간질, 두위 성장 이상, 섭식 장애 등 동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신경 위축, 뇌종양, 미세출혈 등의 원인이 배경에 있다면 빠른 뇌 영상검사와 신경학적 평가가 필수이다.

진단 및 평가 – 안과적, 신경학적 접근 모두 필요

안진의 평가에서는 눈과 뇌를 함께 들여다보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소아안과에서는 시력, 각막 반사, 동공 반응, 안구 운동, 사시 여부, 망막 검사, 시신경 평가 등을 시행하며, 가능한 경우 망막 전위도(ERG), 시유발전위검사(VEP) 등을 통해 망막과 시신경의 기능적 상태를 파악한다.

그 외에 머리 MRI 또는 CT중추신경계 구조 이상, 종양, 뇌 기형, 수두증, 뇌출혈, 백질 이상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며, 대사성 질환이나 유전성 질환 평가를 위한 혈액·소변 검사도 필요할 수 있다. 드물게는 정상 안구 구조와 기능을 가졌으나, 발달적 조절 미성숙으로 인한 일시적 안진도 있으므로 신중한 감별이 중요하다.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고 영구적인 시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눈동자 떨림이 보이면 바로 소아안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치료와 예후 – 시각 자극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 접근

안진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시각적 감각 이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시력 자극 치료와 함께 원인을 교정하는 조치(예: 백내장 수술, 시력 교정, 사시 교정)가 필요하다. 약시는 조기 개입을 통해 상당 부분 회복 가능하며, 약시 치료와 시각 훈련을 병행하면 눈의 움직임도 일부 호전될 수 있다.

운동성 안진인 경우, 증상의 강도에 따라 보조 렌즈, 프리즘 안경, 혹은 고개를 돌려 가장 눈 떨림이 적은 방향으로 보는 자세(Null point) 교정을 위한 수술이 시행될 수 있다.
특히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사물을 볼 때 흔들림이 적다면, 이를 고려해 안근 수술을 시행해 시선의 중심축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아이가 고개를 비틀거나 한쪽으로 기울이는 자세가 개선되면서 시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

한편, 중추신경계 이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뇌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종양이나 수두증, 감염이 있다면 그에 대한 내과적 또는 외과적 치료가 병행되며, 신경학적 발달지연이나 언어 문제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안진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과 개입을 통해 시각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아동 발달을 정상에 가깝게 유도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특히 시력의 질은 학습 능력, 집중력, 사회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부모의 조기 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결론 요약 – 안진은 단순 증상이 아닌 발달의 경고 신호

아기 눈동자 흔들림 (안진, Nystagmus)

아기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 단순한 성장 과정이나 버릇이라고 넘기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 안진은 시력 이상, 망막 또는 시신경 질환, 뇌의 구조적 이상 등 복합적 원인의 반영일 수 있으며,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면 아기의 시기능 발달은 물론 전반적인 인지·정서 발달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안진은 조기 발견 시 증상 완화와 발달 지연 예방이 가능하므로, 생후 3~4개월 이상 지속되는 눈동자 떨림, 시선 고정 실패, 눈 마주침 회피가 있다면 즉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시력은 아기에게 세상을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이며, 시각 자극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뇌 발달도 함께 지연될 수 있다. 안진은 단순한 안과적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질환, 유전질환, 대사성 이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 증상이라는 점에서, 다학제적 진료와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전략은 아이의 평생 시기능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안진이 의심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조기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