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첩증(Intussusception)은 장의 일부분이 그 다음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장이 겹겹이 중첩되는 상태를 말하며,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불명의 급성 복부 질환 중 하나다. 마치 망원경이 접히는 것처럼 장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게 되면,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장 폐색이 일어나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장의 괴사나 천공, 복막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전형적인 장중첩증은 소장의 말단부(회장)가 대장의 시작 부분(맹장)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회맹부형이 대부분이며, 전체 장중첩증의 약 90%를 차지한다.
장중첩증은 생후 3개월에서 36개월 사이에 가장 흔하며, 특히 6개월에서 2세 사이의 건강한 남아에서 잘 발생한다. 여아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빈도를 보이고, 명확한 해부학적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병 원인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가장 흔한 유발 요인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내 림프 조직의 비대로, 특히 회장의 페이어판(Peyer’s patches)이라는 림프조직이 커지면 장의 운동성과 구조에 영향을 미쳐 장중첩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감기, 인후염, 위장염, 혹은 로타바이러스 감염 후 수일 이내에 발생하는 사례도 많으며, 계절적으로는 겨울과 초봄 사이에 발생 빈도가 높다.
증상은 상당히 특이하지만 처음에는 단순 복통이나 장불편감으로 오해되기 쉽다. 아이는 처음에 갑자기 복통으로 인해 격렬하게 울기 시작하고,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당기는 자세를 반복한다. 발작적 통증은 수분 간격으로 반복되며, 아이가 다시 평온해지는 듯하다가 곧 다시 울며 괴로워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빈도가 짧아지고 통증이 심해지며, 결국에는 구토, 복부 팽만, 무기력, 혈변 등이 나타난다. 혈변은 장이 손상되어 출혈이 일어나면서, 붉은 점액이 섞인 ‘딸기 젤리 변’ 형태로 묘사되는데, 이는 매우 전형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혈변은 발병 초기에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혈변이 없다고 해서 장중첩증을 배제할 수는 없다.
복부를 촉진하면 중첩된 장이 소시지처럼 만져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소시지형 종괴’**라 부른다. 이 덩어리는 일반적으로 우측 상복부에서 촉지되며,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신체진찰만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애매하거나 만져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민감하고 특이적인 검사로는 복부 초음파가 있으며, 초음파상에서 보이는 동심원 또는 타겟 모양의 구조는 장중첩증의 전형적인 소견이다. 이를 ‘target sign’, ‘donut sign’ 등으로 표현한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빠르게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은 공기 관장 혹은 바륨 관장을 이용한 비수술적 감압술이다. 이는 장내에 압력을 가해 중첩된 장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성공률은 약 85~90%로 매우 높다. 그러나 이 치료는 장천공이 없는 경우에만 시도할 수 있으며, 복막염 증상이 있거나 관장 후 장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수술로 전환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는 중첩된 장을 수기로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미 괴사가 진행된 부위는 절제 후 장문합을 시행한다. 늦게 병원을 찾거나 진단이 지연된 경우 장 절제율이 증가하므로, 진단 시점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 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되지만, 약 10% 미만의 환자에서 재발이 보고된다. 재발은 수일에서 수개월 내에 발생할 수 있으며,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치료할 수 있다. 만약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해부학적 원인(예: 메켈게실, 림프종, 폴립 등)을 감별하기 위해 복부 CT 또는 내시경 등의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일회성 발병이며, 특별한 합병증 없이 종료된다.
예방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예방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울음을 반복하거나, 발작적으로 다리를 배에 붙이며 통증을 호소하고, 식욕 저하나 구토 증상을 동반할 경우 장중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발열이나 감기 증상 후 며칠 이내에 복통이 반복될 경우에는 간단한 배앓이나 장염으로만 오인하지 말고, 가까운 소아과 또는 응급실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자칫 진단이 지연될 경우에는 장 괴사, 패혈증, 쇼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합병증이 된다.
부모 입장에서 장중첩증은 무서운 병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하면 회복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공기 관장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고, 수술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후유증 없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복통이 단순한 배앓이나 변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기인 6개월~2세 무렵에는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빠른 판단이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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