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유아질병

모유 수유 중 약물 복용과 수유 중단 기준

신생아를 둔 많은 부모들이 모유 수유 중에도 몸이 아플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약물을 복용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감기약, 항생제, 통증 조절제부터 만성 질환 치료제까지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이 약을 먹고도 수유를 해도 괜찮을까?”라는 걱정은 매우 흔하다. 모유를 통해 약물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경로와 양, 그리고 약물의 특성에 따라 수유를 계속해도 되는지 혹은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는지가 결정되며, 이는 단순한 상식이나 인터넷 정보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다.

모유를 통한 약물 전달은 약물의 분자량, 지용성, 단백결합율, 반감기, 생체이용률, 투약 경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약물은 일정량이 모유로 분비되지만, 이는 대체로 모유 1mL당 수십 나노그램에서 수 마이크로그램 수준으로 아주 미미하며, 많은 경우 아기에게 임상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약물은 소량만으로도 신생아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조산아, 저체중아, 간이나 신장 기능이 미성숙한 아기는 해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대부분의 약물이 수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거나, 모유 내 이행량이 미미하여 수유 금지를 권고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흔히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이부프로펜, 페니실린계 항생제, 대부분의 항히스타민제, 인슐린, 일부 항고혈압제 등은 수유 중 안전한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암 치료제(항암제), 방사성 동위원소 제제, 특정 항경련제, 면역억제제 등은 수유 중 복용 시 금기가 될 수 있다.

정확한 약물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권위 있는 자료 중 하나는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LactMed 데이터베이스이다. 이곳에는 각 약물별로 모유 이행 정도,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 수유 중단 필요 여부 등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며, 수유 중 약물 복용에 대한 최신 지침이 반영되어 있다. 이 외에도 e-lactancia나 Drugs and Lactation Database (LactMed), Briggs’ Drugs in Pregnancy and Lactation 등의 자료도 전문가들이 참고하는 주요 출처다.

만약 위험한 약물을 일시적으로 복용해야 할 경우, 수유를 어떻게 중단하고 언제 다시 재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약물의 반감기(약물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를 고려해, 복용 후 일정 시간 동안 수유를 피하거나, 그 기간 동안 유축하여 모유를 버리는 ‘pump and dump’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수유를 장기간 중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수유 재개 전 최소 5~6번 이상 유축 후 모유 내 잔여 약물 농도를 충분히 제거하는 것이 권장된다.

약물이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점은 대개 생후 초기, 특히 4주 미만의 신생아 시기이다. 이 시기는 신생아의 간, 신장, 중추신경계가 미성숙해 약물 대사 능력이 떨어지므로, 가능한 안전성이 확립된 약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대체약이 없는 경우 소아과 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생후 3개월 이후부터는 아이의 대사 능력이 발달하면서 일부 약물에 대한 수유 중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복용 중인 약이 모유를 통해 유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대체 수유나 일시적 중단을 고려하되, 불필요하게 장기적으로 모유 수유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많은 약물이 ‘주의 필요’ 수준이지 ‘절대 금기’는 아니며, 대부분의 질환은 안전한 대체약을 통해 모유 수유를 유지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단순히 ‘약을 먹었으니 수유 중단해야 한다’는 판단은 피하고,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유 중 약물 복용 시 아기에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증상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과도한 졸림, 수유량 감소, 무기력, 피부 발진, 설사, 변비, 체중 증가 지연 등이 나타나면 수유 중 약물 이행 여부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수유 직후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 등으로 노출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일부 약물은 엄마의 유방 분비량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수유량이 감소하는 경우에도 약물과의 연관성을 평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약물은 모유 수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며,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약물의 종류와 용량, 아기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특히 생후 첫 수개월은 수유 중 약물 영향에 가장 민감한 시기이므로, 자가 판단보다는 소아과, 산부인과, 약사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유 수유는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서 면역력 형성, 정서적 안정, 성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약물 복용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수유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보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유 수유 중 약물 복용과 수유 중단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