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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영아 황달 – 생리적 vs 병적 황달 구분법

영아 황달 – 생리적 vs 병적 황달 구분법

출산 직후 병원에서 “아기에게 황달이 조금 있네요”라는 말을 들은 부모들은 놀라움과 걱정을 동시에 느낀다. 신생아 시기 황달은 매우 흔한 현상으로, 전체 신생아의 약 60% 이상에서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생리적 황달인 반면, 일부는 병적인 원인에 의한 황달로 뇌 손상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달은 의학적으로 혈중 빌리루빈(bilirubin) 수치가 상승해 눈의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빌리루빈은 적혈구 내 헴 성분이 파괴될 때 생기는 노란 색소로, 간에서 처리되어 대변이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신생아는 간 기능이 미숙하고, 출생 후 빠르게 파괴되는 태아 적혈구 때문에 빌리루빈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자연적인 과정에서 일어나는 황달을 **생리적 황달(physiologic jaundice)**이라고 하며, 대개 생후 23일째부터 시작해 45일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생후 1~2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생리적 황달은 만삭아에서 혈청 총 빌리루빈 수치가 약 12~15mg/dL 이하인 경우 대부분 안전하다. 아이가 잘 먹고, 활기 있으며, 변과 소변이 정상적이라면 별다른 치료 없이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시기에는 충분한 수유를 통해 배출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 관리 포인트다. 특히 모유 수유 초기에는 아기의 섭취량이 부족할 수 있어 황달이 다소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나, 이런 경우도 수유량이 증가하면 대개 호전된다.

반면 병적 황달(pathologic jaundice)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생후 24시간 이내에 황달이 나타나는 경우, 둘째, 빌리루빈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연령 대비 정상치 이상을 초과하는 경우, 셋째, 황달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 등이다. 이 경우는 단순한 생리적 과정이 아닌 기저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며,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병적 황달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용혈성 질환, 즉 혈액형 부적합(A형 엄마-B형 아기, Rh 부적합 등)에 의한 적혈구 파괴가 있다. 이 경우 빌리루빈 생성이 과다해 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게 된다. 선천성 대사 이상, 간 담도 이상, **감염성 황달(패혈증, CMV 감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모유 수유를 지속하는 중에 생후 1주일 이후부터 황달이 지속되거나 심화된다면, 모유황달(breast milk jaundice) 가능성도 고려하게 된다. 이 경우 일부 모유 내 성분이 빌리루빈 대사를 지연시키는 작용을 하며, 드물게 수일간 수유 중단이 필요할 수 있으나 대체로 해롭지는 않다.

의료진은 황달의 경과와 수치를 추적하기 위해 **혈청 빌리루빈 검사(TSB)**를 시행하며, 생후 몇 일째인지, 아기의 체중,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포토테라피(광선치료)**의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광선치료는 빌리루빈을 수용성 물질로 변환시켜 쉽게 배출되도록 도와주는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치료 기준은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제시한 황달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생후 시간별 빌리루빈 수치에 기반하여 결정된다. 경우에 따라 **교환수혈(exchange transfusion)**이나 입원이 필요한 상황도 있으며, 특히 총 빌리루빈 수치가 20mg/dL 이상이거나, 급속한 증가 속도(일일 5mg/dL 이상)가 있을 때는 중증 병적 황달로 간주되어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병적 황달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핵황달(kernicterus)**이다. 이는 빌리루빈이 혈액뇌관문(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축적되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상태로, 치료가 늦어지면 청각 장애, 지적장애, 운동 장애 등의 영구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생후 초기에 황달이 무심코 넘겨졌거나, 치료 타이밍이 지연된 경우에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조산아나 신생아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황달의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피부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총 빌리루빈 수치의 정확한 측정이다. 일부 경증 황달은 피부 색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육안 평가만으로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최근에는 피부에 간단히 기기를 접촉해 빌리루빈을 측정하는 **경피적 빌리루빈 측정기(TcB)**도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로 확진한다.

결론적으로, 신생아 황달은 대부분 생리적이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정한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병적 황달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생후 24시간 이내 발생, 빌리루빈 급상승,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병원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호자는 아기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수유량 유지와 함께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황달의 경과를 확인해야 하며,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광선치료나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과 치료만이 중증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