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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아기 머리 모양 비대칭: 단순 자세 문제일까, 두개골 조기유합증일까?

아기의 머리 모양이 좌우로 다르거나 뒤통수가 평평해 보이면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게 된다. 특히 생후 수개월 내에 발견되는 머리 비대칭은 단순히 자세에 의한 문제인지, 혹은 두개골 자체의 이상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발생하는 자세성 두개골 변형은 대부분 성장에 따라 교정이 가능하지만, 드물게는 **두개골 조기유합증(craniosynostosis)**처럼 뇌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증상의 양상과 진행 경과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신생아 및 영아의 두개골은 여러 개의 뼈가 봉합선(suture)을 따라 서로 연결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봉합선은 뇌가 성장함에 따라 확장되고 점차적으로 닫히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특정 봉합선이 정상보다 이르게 닫히는 경우, 그 방향의 뇌 성장 공간이 제한되면서 반대 방향으로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머리 모양이 비대칭하거나 기형적으로 변형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두개골 조기유합증이며, 병리적으로는 뇌압 상승, 안면 비대칭, 시야 장애, 발달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개골 조기유합증은 봉합선이 하나만 조기에 닫히는 단일 유합(sagittal, coronal, metopic 등)과 둘 이상의 봉합선이 닫히는 복합 유합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시상 봉합(sagittal suture) 조기유합으로, 아기의 머리가 길쭉하게 앞으로 뻗는 **돌출형 장두(scaphocephaly)**를 만든다. 이 외에도 이마가 뾰족해지며 삼각형 형태로 변형되는 metopic synostosis(삼각두), 머리의 한쪽이 찌그러지며 비대칭으로 되는 coronal synostosis(사두증), 뒤통수가 뾰족하게 돌출되는 lambdoid synostosis 등이 있다. 복합 유합은 크루존 증후군(Crouzon syndrome), 아페르 증후군(Apert syndrome)과 같은 유전 질환과 관련되며, 중증의 안면 기형과 뇌기능 이상을 동반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아기 머리 모양 비대칭: 단순 자세 문제일까, 두개골 조기유합증일까?

이와 달리 대부분의 비대칭 두형은 **자세성 두개골 변형(positional plagiocephaly)**으로, 신생아가 한쪽 방향으로 머리를 오래 두는 습관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출산 시 산도 압력이나 자궁 내 자세, 수면 시 머리 위치 등이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 이후 영아돌연사증후군(SIDS) 예방을 위해 등을 대고 자는 수면 자세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자세성 두개골 비대칭은 훨씬 흔해졌다. 다행히 자세성 두형은 대개 생후 1년 이내에 두개골이 유연한 상태에서 자세 교정, 수유 방향 변화, Tummy time(엎드려 놀기) 등을 통해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다. 드물게는 교정 헬멧(두상 교정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두 상태를 감별하기 위해 소아과 진료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자세성 변형은 대개 귀의 위치는 대칭이고, 머리 꼭대기의 비대칭은 없으며, 촉진 시 두개골 봉합선이 정상이다. 반면, 두개골 조기유합증에서는 봉합선의 비정상적 융합, 봉합선 주변 돌출부, 이마나 뒤통수의 불균형 돌출 등이 만져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뇌압 상승 증상(구토, 눈의 하방 편위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촉진만으로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경우, 두개골 X선, 3D CT, 또는 MRI를 시행하여 봉합선의 개방 여부와 두개골 형태를 평가한다.

두개골 조기유합증으로 진단될 경우 치료는 대부분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닫힌 봉합선을 열어 뇌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생후 6~12개월 사이에 시행된다. 뇌성장 속도와 개별 환아의 두개골 상태, 동반 기형 여부 등에 따라 수술 시기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엔도스코픽 최소침습 수술도 시도된다. 수술 이후 두개골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필요 시 두개골 성형이 추가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반면 자세성 비대칭의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세 교정 교육, 자주 머리 방향 바꾸기, 수유 시 자세 균형, 엎드린 자세로 놀기 등 간단한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개선된다. 단, 생후 6개월이 넘어도 비대칭이 심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소아 재활의학과 혹은 두개안면외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일부 경우에는 헬멧 치료가 고려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는 논란이 있으며,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아기의 머리 모양이 비대칭일 경우, 대부분은 자세성 변형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나, 일부는 조기유합증 같은 구조적 이상일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빠른 진단이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며, 특히 봉합선 폐쇄가 의심되거나 비대칭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전문적인 평가와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기의 자세를 관찰하고, 비대칭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소아과 또는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를 통한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