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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유당불내증 vs 젖 알레르기: 우리 아기 분유 트러블, 원인은?

아기가 분유를 먹고 자주 토하거나, 배에 가스가 차서 심하게 보채고, 설사나 피부 발진까지 동반된다면 많은 보호자들은 “혹시 분유가 안 맞는 건가요?”라고 묻게 된다. 이럴 때 의료진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두 가지 가능성은 유당불내증과 **우유 단백 알레르기(젖 알레르기)**다. 두 질환 모두 소화기 증상으로 시작되며, 분유에 들어 있는 성분과 관련되어 있으나, 병태생리, 진단 방법, 치료 방향은 전혀 다르다. 아이가 겪는 증상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보호자 입장에서는 두 질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은 소장에서 유당(lactose)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부족하거나 결핍되어 발생하는 상태이다. 유당은 우유, 분유, 모유에 포함된 주요 당질인데, 소장에서 이를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면 대장으로 넘어가 발효되어 가스와 산을 생성하고, 이로 인해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유당불내증은 선천적일 수도 있고, 감염이나 장염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이차성(secondary)**일 수도 있다. 특히 영아에서 흔한 로타바이러스 장염, 항생제 복용 후 장 점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일시적인 유당불내증이 생기기도 한다. 선천적 유당불내증은 매우 드물지만, 발생 시 생후 수일 내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유당불내증은 면역 반응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진성 알레르기 질환이 아니며, 보통은 락타아제 효소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자연히 호전된다.

 

반면 **우유 단백 알레르기(Cow’s Milk Protein Allergy, CMPA)**는 우유 속 단백질(카제인, 베타락토글로불린 등)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진성 식품 알레르기이다. 생후 1년 이내의 영아에서 가장 흔한 식품 알레르기로, 전 세계적으로 2~3%의 유아가 이 질환을 겪는다고 보고되어 있다. CMPA는 IgE 매개형비IgE 매개형, 혼합형으로 나뉘며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IgE 매개형에서는 분유를 먹고 수분 내에 두드러기, 구토, 입술 부종, 심한 경우 호흡곤란 등의 급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비IgE 매개형은 장시간에 걸쳐 설사, 혈변, 구토, 체중 증가 저하, 습진 등의 만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감별이 더 어렵다. 이 경우 단순 위장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두 질환 모두 공통적으로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므로 혼동되기 쉽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분명하다. 유당불내증은 탄수화물(당류)에 대한 소화효소의 문제이고, CMPA는 면역 체계의 과민반응이다. 또한 유당불내증은 증상이 대부분 비염증성, 비면역성이며, 모유 수유 중에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CMPA는 모유 속에 포함된 소량의 우유 단백질에도 반응할 수 있으며, 모유 수유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진단 과정도 다르다. 유당불내증은 소변 내 환원당 검사, 수소 호흡 검사(Hydrogen Breath Test), 유당 제한 식이 후 증상 호전 여부 확인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CMPA는 혈액 내 특이 IgE 항체 검사, 피부 단자 시험(Skin Prick Test), 경구 유발 시험(OFC) 등을 통해 진단된다. 특히 비IgE 매개형 CMPA는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CMPA가 의심되는 경우 일정 기간 모유 수유 중인 엄마가 우유 단백질 제한 식단을 유지한 뒤 증상 호전 여부를 확인하거나, **가수분해 분유(hydrolyzed formula)**로 전환 후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 전략도 서로 다르다. 유당불내증은 유당이 포함된 식품을 일시적으로 피하거나, 락타아제 효소를 보충하여 소화가 가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일부 경증 환자는 유당을 소량 섭취해도 문제가 없으며, 자연 회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CMPA는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우유 단백질 자체를 엄격히 회피해야 하며, 완전 가수분해 분유(eHF) 또는 **아미노산 기반 분유(AAF)**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유 수유 중인 경우에는 엄마가 철저한 우유 단백질 제거 식단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CMPA는 대부분 생후 1~3년 사이에 면역 관용이 생기면서 자연 소실되지만, 일부 아이는 학령기까지 알레르기가 지속되기도 하므로 정기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 두 질환을 혼동하면 아기에게 맞지 않는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어 증상이 악화되거나, 불필요한 분유 교체로 수유 패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특히 비IgE형 CMPA는 설사나 아토피 증상처럼 비특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당불내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호자는 증상 발생 시 병원에서 전문의 상담을 받고, 무작정 유당프리 분유나 아미노산 분유로 바꾸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유당불내증과 우유 단백 알레르기는 모두 영유아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분유 관련 트러블이지만, 두 질환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 아기의 증상만 보고 둘 중 하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증상이 발생하는 시간, 경과, 동반 증상(피부 증상, 호흡기 증상 등), 그리고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증상이 발생하거나 체중이 늘지 않는 등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단순 민감성으로 넘기지 말고, 소아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진단과 관리를 받아야 한다.

 

유당불내증 vs 젖 알레르기: 우리 아기 분유 트러블,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