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고, 아기의 손발이 붓거나 입술이 빨갛게 갈라지며 눈까지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기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소아에서 심각한 혈관염 질환 중 하나인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의 전형적인 초기 소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와사키병은 생후 6개월에서 5세 사이의 소아에서 주로 발생하며, 특별한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시작됩니다. 특히 심장 관상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관상동맥류, 심근염,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입니다.
가와사키병은 원인 불명의 급성 전신 혈관염으로 분류됩니다. 명확한 병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또는 세균 감염, 면역반응 이상 등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유전적 소인이 있는 아이에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전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와사키병은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발병률이 높으며, 한국에서는 연간 약 5천 명 이상의 소아가 진단받고 있습니다. 대체로 남아가 여아보다 더 흔하게 진단되며, 계절적으로는 겨울과 봄 사이에 발생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진단은 특정한 검사 한 가지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미국심장학회(AHA)와 대한소아과학회가 제시하는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며, 다음 5가지 증상 중 최소 4가지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 '전형적 가와사키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① 양측 눈의 충혈(결막염),
② 입술의 발적 또는 균열, 딸기 혀, 입안 점막의 발적,
③ 손발의 부종, 손발바닥 홍반 또는 손톱 주위 피부 벗겨짐,
④ 다양한 형태의 피부 발진,
⑤ 경부 림프절 비대(특히 단측, 1.5cm 이상).
이 외에도 불완전 가와사키병이라는 형태가 존재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증상을 다 갖추지 못했더라도 심장초음파에서 관상동맥 이상이 발견되거나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 상승이 뚜렷할 경우 진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가와사키병은 다양한 장기를 침범할 수 있어 간 수치 상승, 백혈구 증가, 빈혈, 혈소판 증가, 고혈청 나트륨혈증, C-반응단백(CRP) 및 ESR 상승 등의 혈액검사 이상 소견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심장초음파는 진단과 예후 예측에 있어 핵심적인 검사로, 관상동맥 확장 여부나 심근 기능 이상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모든 가와사키병 의심 소아에서 시행됩니다.
가와사키병 치료의 핵심은 빠른 면역조절을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관상동맥 손상을 막는 데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1차 치료는 **고용량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와 아스피린 투여입니다. IVIG는 고열 시작 후 10일 이내에 투여했을 때 관상동맥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가능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스피린은 항염 및 항혈소판 작용을 하며, 치료 초기에는 고용량으로 시작하여 이후 저용량으로 전환해 수주~수개월간 유지하게 됩니다.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추가 IVIG 투여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치료 후 열이 빠르게 떨어지고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부는 관상동맥류 등 심장 합병증이 남아 장기적인 추적이 필요합니다.
예후는 치료 시점과 관상동맥 손상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통계에 따르면 면역글로불린을 제때 투여받지 못한 소아의 최대 25%에서 관상동맥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를 제때 시행한 경우에도 약 45%는 크고 작은 심혈관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상동맥류가 생긴 아이는 이후 수년간 정기적인 심장초음파와 심전도 검사를 통해 상태를 추적해야 하며, 심한 경우 항응고제 사용이나 심혈관 중재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치료 반응이 좋고 관상동맥 변화가 없던 경우는 일반적으로 후유증 없이 회복되며, 대부분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보입니다. 또한 가와사키병은 재발 가능성도 있어, 약 13%의 소아에서 두 번째 이상 발생할 수 있으며, 같은 형제나 자매에게도 발병할 위험이 다소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와사키병은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히 치료할 경우 대부분의 아이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심각한 심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5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피부, 입, 눈, 손발에 특징적인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소아과 또는 소아심장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단순한 감기나 열감기로 넘기기 쉬운 증상이지만, 부모의 빠른 판단과 의료진의 적절한 개입이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심장 합병증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 및 추적 검사를 성실히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고위험군 아동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겨울철 또는 RSV 유행기와 같은 면역 자극이 큰 시기에는 더욱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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