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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중이염 자주 앓는 우리 아이,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을까?

중이염 자주 앓는 우리 아이,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 아이 또 중이염이래요”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중이염은 특히 3세 미만 영유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감기나 상기도 감염 이후 이어지는 대표적인 합병증입니다. 많은 경우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만성화된 중이염이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청력, 언어 발달, 학습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이염의 발생 원인부터 만성화 위험, 진단과 치료 전략, 그리고 부모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까지 종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중이염은 고막 안쪽의 공간인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발생 원인으로는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 대표적이며, 대개 감기 후 12일 이내에 발열과 귀 통증, 보챔, 수면 장애 등의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6개월~3세 사이의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아직 미숙하고, 이관(Eustachian tube)이 짧고 수평적이어서 세균이 코에서 귀로 쉽게 침투합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은 아이들이 중이염에 더 자주 걸리는 이유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의 통계에 따르면 생후 첫 3년 동안 아이의 80% 이상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중이염을 경험하고, 30% 이상은 3회 이상 반복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급성 중이염이 잦아질수록 ‘삼출성 중이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며, 이것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결국 만성화되어 고막 손상이나 청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성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염증이 지속되거나, 고막 내부에 삼출액이 남아 있는 상태가 반복될 때 진단됩니다. 반복적인 염증은 고막을 약하게 만들고, 결국 고막 천공이나 진주종(Cholesteatoma)과 같은 복잡한 병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주종성 중이염은 귀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피부조직이 자라면서 뼈를 파괴하는 위험한 상태로, 방치 시 안면신경 마비나 내이 감염, 심할 경우 뇌막염까지 유발할 수 있는 중증 합병증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중이염으로 인해 청력 저하를 겪고 있더라도 초기에는 눈에 띄는 증상이 드물어, 부모가 이상을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반복되는 중이염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히 “또 감기겠지”라고 넘기지 말고 반드시 청력 검사와 고막 상태 평가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막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임피던스 검사순음 청력 검사, 필요시 이경 검사나 고막 내시경 등을 통해 만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중이염의 형태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급성 중이염의 경우에는 아목시실린을 기본으로 하는 경구 항생제를 7~10일간 투여하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48시간 정도 경과 관찰 후 자연 회복 여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삼출성 중이염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성 중이염이 6개월 내 3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에는 ‘고막 절개술 및 환기관 삽입술’이 고려됩니다. 이 수술은 고막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어 공기 환기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삼출액 축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청력 저하가 지속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 신생아 건강검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요 시 해당 수술을 시행합니다. 그 외에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면역결핍 여부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 동반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예방 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수유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젖병 수유 시에는 아이의 머리를 세워 수평이 되지 않도록 하고, 수유 후 트림을 충분히 시켜줘야 이관으로 젖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부모의 흡연은 수동흡연으로 인해 아이의 이관 점막을 자극하고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반드시 금연이 필요합니다. 셋째, 예방접종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폐렴구균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중이염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어린이집 등 단체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필수적으로 접종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기 증상이 보일 때 적절히 치료하고, 손 씻기나 코 세척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중이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중이염은 소아에서 흔한 질환이지만 반복되거나 방치되면 청력 손실, 고막 손상, 만성 염증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주 중이염에 걸리는 경우에는 단순히 항생제 처방만 받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의 정밀 진료를 통해 중이 상태를 정확히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말이 늦는 아이, 소리에 반응이 느린 아이, 잦은 감기를 앓는 아이는 청력 저하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필수입니다. 반복되는 중이염은 단순한 감염이 아닌, 아이의 발달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세심한 관찰과 빠른 대응이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