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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영아 산통(colic): 울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와 해결 방법

🍼 계속 우는 아기, 단순한 보챔일까? ‘영아 산통’의 정확한 이해

생후 수 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유를 먹였고, 기저귀도 갈았으며, 아기의 체온도 정상이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원인 없이 3시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울음이 반복된다면 ‘영아 산통(colic)’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영아 산통은 신생아기와 영아기 초기에 흔하게 발생하는 울음 패턴의 이상으로, 아기의 건강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지만, 부모의 불안과 양육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때로는 심각한 질환과 혼동되기도 하고,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어 논란이 많은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아 산통의 정의, 원인, 감별 진단, 치료 및 관리 전략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영아 산통(colic): 울음이 멈추지 않는 이유와 해결 방법

영아 산통의 정의와 역학 – 흔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

영아 산통은 일반적으로 생후 3주에서 3~4개월 사이에 발생하며, 건강한 영아가 반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시간에 격렬하게 우는 증상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Wessel의 3 Rule”**로 정의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3시간 이상
  • 주 3일 이상
  • 3주 이상 지속되는 과도한 울음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포괄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없이 반복적이고 격렬한 울음을 보이는 상태’**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전체 영아의 약 10~30%가 생후 몇 주 내 영아 산통을 경험하며, 남녀 차이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6주 전후에 가장 심하며, 생후 34개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영아 산통은 병리적인 이상 없이 발생하는 기능성 소화기 질환군(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s) 중 하나로 분류되며,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 없음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원인과 기전 – 명확하지 않지만 다양한 요인 관여

영아 산통의 정확한 병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첫째, 장내 가스 및 위장관 운동 이상이 주요 기전으로 제시됩니다. 생후 초기에는 장운동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위장관의 과민 반응 또는 연동운동의 비효율성이 장내 팽만감 및 복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장내 미생물군(dysbiosis)**의 불균형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Journal of Pediatric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에 실린 논문에서는 산통 영아가 일반적인 아기에 비해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및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같은 유익균이 적고,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 같은 유해균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장내 염증 반응 및 신경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모유 또는 분유 내 단백질, 특히 우유 단백 알레르기에 의한 반응성 복통이 산통의 일부 사례에서 관찰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IgE 비매개형 알레르기 반응으로 위장관 자극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를 ‘우유 단백 유발 산통’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넷째, 신경계 발달 미숙 및 감각 과민성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가 자극을 감당하지 못하고 울음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이는 특정 아기의 기질(temperament)과도 관련됩니다.

이처럼 영아 산통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생리적·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성(multifactorial) 증후군이라는 점에서 단순 위장 질환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별 진단 – 산통과 구별해야 할 질환들

영아 산통은 ‘진단명’이 아닌 ‘배제 진단(exclusion diagnosis)’입니다. 즉, 명확한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을 감별한 후에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질환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합니다.

 

① 위식도 역류(GERD):

  • 분수토(Projectile vomiting), 식후 불쾌감, 체중 감소 등 동반 시 의심
  • pH 모니터링이나 상부 위장관 조영술로 진단 가능

② 장중첩증(intussusception):

  • 간헐적 울음과 함께 복부 팽만, 혈변, 토함 동반 시 즉시 응급 조치
  • 초음파에서 타겟사인(target sign) 확인

③ 요로감염(UTI):

  • 발열, 식욕저하 동반 시 소변 검사 필요
  • 특히 남아의 경우 포경 상태에서 발생 빈도 높음

④ 알레르기 질환:

  • 우유 단백 알레르기 또는 대두 알레르기 등
  • 발진, 설사, 혈변 동반 시 배제 필요

⑤ 두개내 병변:

  • 지속적인 고음의 울음, 구토, 경련 등 있을 경우 신경학적 검사 필요

이 외에도 중이염, 피하 감염, 음낭염, 탈장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보채기’로 치부하지 않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와 진단을 통한 배제 과정이 중요합니다.

 

치료 및 부모의 대처 전략 – 약물보다 환경과 교육이 핵심

영아 산통은 대개 생후 3~4개월 이후 자연 소실되며,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울음과 부모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치료적 접근은 매우 중요합니다.

 

1) 비약물적 접근:

  • 아기를 안고 흔들기, 백색소음 활용, 가스 빼기 등의 기계적 위안이 일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수유 자세 조절 및 트림 유도는 위장 내 가스 축적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 환경 자극 최소화, 조용한 공간에서 아기를 진정시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모유 수유 중인 엄마의 식이 조절:

  • 일부 산통 영아의 경우, 모유를 통해 전달되는 단백질에 반응할 수 있어 유제품, 대두, 카페인 등을 제한하는 식이 조절이 시도됩니다.
  • 그러나 이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모든 경우에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3) 분유 변경:

  • 저알레르기 분유(Extensively hydrolyzed formula) 또는 아미노산 기반 분유로 변경 시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단, 자의적인 분유 변경보다는 소아과 전문의의 진단과 지시 하에 시행해야 합니다.

4) 프로바이오틱스:

  • 일부 연구에서는 Lactobacillus reuteri DSM 17938 균주가 산통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으며, 특히 모유 수유 영아에서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 그러나 2023년 AAP Clinical Report는 아직 명확한 권고를 내리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5) 약물 치료는 지양:

  • 항가스제(Simethicone), 진경제 등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하여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심리적 지지와 교육입니다. 영아 산통은 아이에게 해롭지 않으며, 일정 시기가 지나면 호전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받고, 스트레스 관리와 휴식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필요 시 부모의 정신 건강을 위한 상담이나 육아 지원 서비스 연계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결론 요약 – 치료보다 이해와 인내가 필요한 영아 산통

영아 산통은 생후 수개월 동안 아기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울음 이상 현상으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질환입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 위장관 기능 미숙, 감각 과민, 알레르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진단은 여러 질환을 배제한 후 내릴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이 현상을 병적인 것으로 과도하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해와 지지가 바탕이 될 때, 아기의 건강과 부모의 육아 스트레스 모두가 안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