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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신생아의 비정상 울음 – 고음성 울음, 고양이 울음증후군 등

신생아의 울음은 생리적으로 당연한 현상이자, 생후 가장 처음 나타나는 표현 수단이다. 출생 직후부터 신생아는 울음을 통해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의 생리적 요구나 불편함을 표현한다. 그러나 모든 울음이 똑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울음의 패턴, 강도, 음색은 아기의 건강 상태를 반영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신경학적 질환이나 유전 질환의 초기 징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울음’은 단순히 민감한 아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병적 상태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음성 울음이나 특이한 음색의 울음은 부모와 의료진 모두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신호다.

‘고음성 울음(high-pitched cry)’은 일반적인 신생아 울음보다 훨씬 날카롭고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지니며, 귀를 찌르는 듯한 울음소리로 묘사된다. 이러한 울음은 신생아가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통증을 느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중추신경계 이상이나 대사 장애, 약물 금단 증후군 등의 질환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신생아 뇌손상(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뇌수두증, 뇌내 출혈, 또는 선천성 뇌기형 등의 경우, 뇌압이 상승하면서 고음성 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울음은 의식 저하, 경련, 근긴장 이상 등과 동반되기도 하며, 조기 진단과 처치가 늦어질 경우 장기적인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일부 유전 질환에서는 특정한 음색의 울음이 특징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 울음증후군(Cri-du-chat syndrome)’이다. 이 질환은 5번 염색체의 단완(5p) 결실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질병명이 암시하듯 신생아기의 울음이 고양이 울음소리와 유사하게 들리는 특징을 갖는다. 이 같은 울음은 후두 구조의 이상, 신경근육의 저하, 성대 진동의 부조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소두증, 안면 기형, 저체중, 발달 지연, 지적 장애 등 다양한 신체적 이상과 함께 나타난다. 고양이 울음은 이 질환의 초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이며, 염색체 분석(Karyotyping)을 통해 확진이 가능하다. Cri-du-chat 증후군은 유병률이 약 5만~7만 명 중 1명으로 보고되며, 전 세계적으로 수천 건 이상 보고되어 왔다.

또한 선천성 대사질환 중 일부에서도 고음성 울음이 관찰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페닐케톤뇨증(PKU), 메틸말론산혈증(MMA), 갈락토스혈증, 요소회로 이상증 등의 질환에서는 대사 산물의 축적이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면서 울음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 같은 질환은 대부분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나, 검사 결과 이전에도 울음, 구토, 수유불량, 근긴장 저하, 혼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페닐케톤뇨증은 조기에 진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지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특이한 울음은 대사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음성 울음은 또한 신생아 금단 증후군(Neonatal Abstinence Syndrome, NAS)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NAS는 산모가 임신 중 오피오이드계 약물이나 항불안제,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출산 후 아기에게 나타나는 일련의 금단 증상이다. 이 증후군은 생후 수 시간에서 수일 이내에 발현하며, 고조된 울음, 수면 장애, 흥분성 증가, 떨림, 구토, 설사,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고음성 울음은 특히 감각 과민성과 관련되어 나타나며, 환경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경우 약물 치료나 집중 관찰이 필요할 수 있으며, 부모의 병력 청취는 진단에 결정적이다.

신생아 감염이나 급성 복통을 유발하는 질환 또한 울음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신생아 패혈증, 뇌수막염, 장중첩증, 중증 위장염 등의 경우,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날카롭고 조절되지 않는 울음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질환에서는 고음성 울음과 함께 무기력, 발열, 청색증, 구토,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동반되므로, 울음만으로는 구별이 어렵지만 매우 빠른 판단과 조치가 요구된다. 예컨대 장중첩증은 갑작스럽게 통증성 울음을 보이다가 일정 시간 지나 조용해지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이는 장의 일시적 허혈과 관련되어 있다.

신생아 울음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울음의 ‘질’과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기의 울음이 일정하게 반복되거나, 평소와 전혀 다른 음색을 띠며, 수유, 안기기, 달래기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고음성 울음이 지속되는 경우, 기본적인 신경학적 진찰 외에도 두부 초음파, 뇌 MRI, 대사 스크리닝, 염색체 검사 등의 추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인공지능 기반의 울음 분석 기술도 일부 연구되고 있으며, 특정 질환과 연관된 울음의 특징을 데이터화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예민한 아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정상 울음은 단순한 기질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울음이 변한 시점, 수유량 감소, 반응성 저하, 시선의 흐름 이상, 근육의 움직임 차이 등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받아야 한다.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변화의 시점과 특성을 기록해 두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만약 특정 질환으로 진단된다면, 조기 개입을 통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울음을 단서로 삼은 빠른 개입이 아이의 생애 초기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결론적으로 신생아의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특히 고음성 울음이나 기이한 울음은 중추신경계 이상, 유전질환, 대사 이상, 감염성 질환, 약물 금단 등 다양한 병리적 원인을 내포할 수 있다. 고양이 울음증후군과 같은 특이 질환은 조기 발견이 예후에 매우 중요하며, 울음이 이를 위한 단초가 되기도 한다. 모든 신생아가 비슷한 울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의료진의 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울음을 단지 불편함의 표현으로 넘기기보다는, 하나의 중요한 신체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 아기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신생아의 비정상 울음 – 고음성 울음, 고양이 울음증후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