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은 아기가 세상과 소통하는 첫 관문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라도 주변의 소리 자극을 감지하고, 점차 부모의 목소리나 주변 환경의 소리에 반응하게 되면서 언어와 정서 발달의 기반을 쌓아나간다. 그런데 이 중요한 청력이 태어날 때부터 이상이 있다면, 부모가 인식하기 전까지 아기는 조용한 세상 속에서 홀로 성장하게 된다. 청력 이상은 신생아 시기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선별청력검사(Universal Newborn Hearing Screening, UNHS)**가 중요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이는 언어 및 인지 발달 지연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신생아 청력 이상은 생각보다 흔하다. 대개 1,000명 중 13명 정도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모든 선천성 질환 중에서도 매우 높은 비율에 속한다. 조산아나 저체중아, 신생아 중환자실(NICU) 치료 이력이 있는 아기일수록 그 위험은 더 높다. 이러한 청력 이상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아기는 말이 늦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더 나아가 사회성이나 학습능력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청력 손실이 있는 아동 중 조기 개입을 받지 못한 경우, 언어 발달이 정상보다 1~2년 이상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청력 이상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출생 직후 실시하는 선별청력검사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모든 신생아에게 입원 기간 중 또는 생후 수주 이내에 청력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이음향방사 검사(Automated Otoacoustic Emissions, A-OAE)**와 **청성뇌간반응 검사(Automated Auditory Brainstem Response, A-ABR)**가 있다. 두 검사는 모두 비침습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며, 아기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음향방사 검사는 귀에 작은 이어폰을 삽입하고, 소리를 들려준 뒤 달팽이관(내이)에서 나오는 반응음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 기능이 정상이라면 반응음이 감지되어 ‘통과(Pass)’ 결과가 나오고, 반응이 없거나 불충분하면 ‘재검(Retest)’이 권유된다. 반면, 청성뇌간반응 검사는 청신경과 뇌간까지의 경로에서 전기신호 반응을 기록하는 검사로, 더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NICU 입원아처럼 청각경로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A-ABR이 선호된다.
선별청력검사에서 ‘재검’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청력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 당시 아기의 외이도에 양수나 이물질이 남아있거나, 귀지가 많거나, 아기가 움직여서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재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재검이 나온 경우에는 반드시 수주 내에 재검사를 받아야 하며, 두 번 연속 재검 결과가 나온다면 전문적인 청력 진단검사(확진검사)를 통해 청각 상태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진단용 ABR, 주파수별 청력검사, 고막운동성 검사 등 다양한 방식이 병행될 수 있다.
만약 영구적인 청력 손실이 진단될 경우, 생후 6개월 이전에 보청기 착용이나 인공와우 이식 등 적절한 중재를 시작해야 언어와 인지 발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1-3-6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생후 1개월 이내 청력 선별검사, 3개월 이내 확진, 6개월 이내 개입을 의미한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 언어·정서·학습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청력 이상은 유전적인 원인과 비유전적 요인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약 50~60%는 유전적 원인이고, 그 외에는 선천성 감염(예: 선천성 CMV), 신생아 뇌병증, 약물 독성, 조산, 고빌리루빈혈증 등과 관련이 있다. 특히 선천성 거대세포바이러스(CMV) 감염은 청력 손실의 주요 원인이며,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놓치기 쉽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일부 국가에서 신생아 대상 CMV 검사와 연계한 청력 스크리닝 전략도 논의되고 있다.
부모가 신생아의 청력 이상을 육안으로 알아채기는 어렵지만, 성장 과정에서 특정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예컨대 아기가 소리에 깜짝 놀라지 않거나, 부모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옹알이가 늦게 시작되거나 생략되는 경우 청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또한 편측(한쪽 귀)의 청력 손실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반응이 일부 있는 경우라도 평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족력이나 기형 동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력 등이 있는 경우는 보다 정밀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신생아 청력 검사를 지역사회 단위로 확대하여 놓치지 않고 진행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가 협력하여 생후 1개월 이내 선별청력검사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으며, 고위험군 아기에게는 더욱 체계적인 추적 관리가 이루어진다. 다만 실제 검사 수검률과 추적률이 낮은 경우가 있어, 부모의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참여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신생아기의 청력 문제는 빠른 인지와 개입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반응이 정상처럼 보이더라도, 정확한 선별청력검사를 통해 진단받는 것이 안전하며, 이를 통해 말과 언어 발달에 필요한 ‘청각의 창’을 조기에 열어줄 수 있다. 조용한 세상 속에서 외롭게 자라지 않도록, 부모와 의료진이 함께 촘촘한 감시망을 유지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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