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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기저귀 발진 vs 진균감염 – 헷갈리기 쉬운 피부 증상 구별법

기저귀 발진 vs 진균감염 – 헷갈리기 쉬운 피부 증상 구별법

물집이 잡히고 붉게 짓무른 아기의 엉덩이를 보며 많은 부모들은 당황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갈아주는 기저귀 아래에 감춰진 이 피부 증상은 단순한 기저귀 발진일 수도 있고, 진균 감염이라는 보다 치료가 필요한 질환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둘이 외관상 매우 비슷하게 보여 부모 입장에서는 감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두 질환은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 올바른 판단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아기의 고통을 줄이고 증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실제로 대한소아피부과학회와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영유아 기저귀 부위 피부질환의 조기 인지와 정확한 감별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저귀 발진(diaper dermatitis)은 일차적으로 자극성 접촉 피부염(irritant contact dermatitis)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 발진은 아기의 피부가 소변과 대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생긴다. 특히 기저귀 내에 남아있는 소변의 요소(urea)가 대장균에 의해 암모니아로 전환되면서 피부 자극을 일으키며, 대변 속의 소화효소 또한 피부 장벽을 손상시킨다. 이러한 환경은 피부의 산성 보호막을 무너뜨려 염증을 유발하고, 지속되면 피부 껍질이 벗겨지고 진물까지 생기는 중증 발진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기저귀가 자주 교체되지 않거나, 통기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할 경우 더 쉽게 나타난다. 이러한 기저귀 발진은 주로 마찰이 심한 부위인 볼기, 하복부, 허벅지 앞쪽에 발생하며, 피부 주름 안쪽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다.

반면 진균 감염, 특히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에 의한 기저귀 피부염은 보다 깊은 병태 생리학적 과정이 수반된다. 칸디다는 정상적으로 장내와 피부에 존재하는 기회감염균으로, 건강한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부 장벽이 손상되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기저귀 부위는 높은 습도, 마찰, 열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칸디다의 번식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다. 특히 기저귀 발진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정상 피부 세균층이 억제되었을 때 진균 감염이 동반되기 쉬워진다.

진균성 기저귀 피부염은 일반적인 기저귀 발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피부 주름 깊숙한 곳까지 병변이 퍼지고, 발진의 경계가 선명하며 불규칙한 붉은 병변이 산재하는 위성 병변(satellite lesions)이 특징적이다. 미국피부과학회(AAD)에 따르면 진균 감염의 경우에는 엉덩이뿐 아니라 생식기, 허벅지 안쪽까지 확산되기 쉽고, 통증과 가려움증도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순 발진이라고 오인하고 보습제나 일반 연고만 반복적으로 바를 경우, 증상이 오히려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치료 방법도 두 질환 간에 명확히 다르다. 자극성 기저귀 발진의 경우에는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고, 피부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말린 뒤, 산화아연(zinc oxide) 성분이 포함된 보호 연고를 사용하면 대부분 수일 내에 호전된다. 그러나 진균 감염의 경우에는 국소 항진균제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 미코나졸(miconazole), 나이스타틴(nystatin)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하루 2~3회 깨끗한 피부에 도포하는 것이 기본이다. 심한 경우에는 전신 항진균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미국소아감염학회(IDSA)는 진균 감염이 확인된 기저귀 발진에 대해서는 최소 714일간의 항진균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감별 진단을 위해 소아과에서는 의학적으로 피부병변의 분포, 진행 양상, 병력 청취 등을 통해 대부분 판단하지만, 불확실한 경우에는 칸디다 균의 존재를 확인하는 KOH 검경(KOH preparation)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효모 형태의 균사가 관찰되면 진균 감염으로 확진할 수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또한 항진균제 사용 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세균성 이차감염이나 다른 원인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평가가 필요하다.

예방은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기저귀 부위는 항상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저귀를 자주 교체하고, 물로 세정한 후 마른 수건으로 완전히 닦아주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피부에 자극이 되는 물티슈나 향이 강한 제품은 피하고, 아기의 피부에 맞는 보습제와 보호 연고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저귀 발진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아기의 경우, 통기성이 좋은 천기저귀나 자연 소재의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중이라면 진균 감염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관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기의 피부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발진이 단기간 내 호전되지 않거나 이상한 모양으로 퍼지는 양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자가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소아과 전문의 또는 피부과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기저귀 발진과 진균 감염 모두 조기에 적절히 대응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판단을 미루거나 잘못된 치료를 할 경우에는 2차 감염, 만성 피부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의 민감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질환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