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은 뇌로 가는 주요 혈관인 내경동맥이 점차적으로 좁아지고 막히면서 뇌의 혈류가 감소하고, 뇌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실핏줄 같은 혈관을 만들어내는 질환입니다. 이 보상 혈관들은 매우 얇고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며, 뇌혈관조영술에서 뿌연 연기처럼 보이는 특징적인 모양 때문에 일본어로 ‘안개’ 또는 ‘연기’를 뜻하는 ‘모야모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비교적 희귀한 질환이지만, 동아시아 인종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으며 한국에서도 매년 새로운 환자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단순한 혈관 이상을 넘어서 소아기 발달, 신경 기능, 심지어 생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야모야병은 주로 두 시기에 많이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5세 전후의 소아기이고, 두 번째는 30~40대의 성인기입니다. 특히 소아기에는 뇌가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혈류가 감소하면 뇌 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미한 증상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아에서는 반복적인 일과성 허혈 발작(TIA)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한쪽 팔다리에 일시적으로 힘이 빠지거나 마비되는 현상입니다. 말이 느려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멍하니 멈춰 서 있는 듯한 이상 행동, 감각 저하도 함께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과호흡, 울음, 피로, 열 등 혈류가 순간적으로 더 필요한 상황에서 증상이 유발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발작은 몇 분 내로 회복되기도 하고,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하므로 단순한 행동 이상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뇌 기능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어 즉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허혈보다는 출혈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좁아진 상태에서 형성된 보조 혈관이 매우 약하고 얇기 때문에 쉽게 파열될 수 있습니다. 출혈은 주로 뇌실주위나 기저핵 부위에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의식 저하, 구토, 반신마비 등의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출혈형 모야모야병은 예후가 좋지 않은 편으로, 신속한 수술적 개입과 집중 치료가 필요합니다. 일부 환자들은 경련이나 인지 저하, 집중력 저하, 감정 변화 등의 비특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정신과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음이 점점 더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RNF213이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모야모야병과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일본과 한국 환자들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견됩니다. 가족 내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높아 부모나 형제가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루푸스, 다운증후군, 신경섬유종증 등과 동반되기도 하며, 이 경우 ‘모야모야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단은 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검사를 통해 좁아진 혈관과 그 대신 발달한 작은 보조 혈관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밀 진단을 위해 뇌혈관조영술(DSA)을 시행하기도 하며, 이는 가장 정확한 진단법으로 간주됩니다. 뇌혈류 검사를 함께 시행하면 뇌에 얼마나 산소와 혈류가 부족한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진단 시에는 뇌의 손상 정도, 증상의 빈도, 환아의 나이 등을 종합해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치료는 보존적 약물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해 혈전 형성을 막고, 허혈 발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약물만으로는 진행을 멈추거나 혈류를 충분히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수술의 목적은 뇌로 가는 혈류를 우회시켜 재공급하는 것으로, 이를 ‘혈류 재건술’이라 합니다. 직접 문합술은 측두동맥(두피에서 흐르는 동맥)을 뇌 표면의 중대뇌동맥과 연결하여 직접적인 혈류 공급을 가능하게 하며, 성인에서 주로 시행됩니다. 반면 소아에서는 혈관이 너무 작아 직접 문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뇌막이나 근육, 혈관을 뇌 표면에 부착시켜 간접적으로 새로운 혈관이 자라게 하는 간접 문합술이 더 흔하게 시행됩니다. 이 두 방법을 병합한 복합술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수술 후 수개월에서 1년 사이에 뇌혈류가 점차 개선됩니다.
모야모야병은 진단과 수술 후에도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재발을 방지하고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정기적인 MRI와 혈류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고혈압,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탈수 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생활이나 운동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소아의 경우 학부모와 교사에게 질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과도한 운동이나 과호흡을 유발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 손상이 심하거나 수술 전 허혈이 누적된 경우에는 인지기능 저하나 언어 발달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재활의학과의 협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편, 모야모야병은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과 정보 접근성이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조기 진단과 수술적 치료를 통해 많은 환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후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이상 행동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팔다리 힘 빠짐 등을 반복적으로 목격할 경우 반드시 신경과적 진료를 받아야 하며, 의심될 경우 전문 뇌혈관 센터에서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병을 너무 무서워하기보다는, 조기에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아이의 삶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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