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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선천성 고관절 탈구 – 다리 길이가 달라요

신생아 시기부터 유아기까지 아기의 관절과 골격은 매우 유연하고 성장 중이기 때문에, 성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병이 나타나고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선천성 고관절 탈구, 혹은 최근에는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사용되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Developmental Dysplasia of the Hip, DDH)입니다. 이 질환은 출생 시 혹은 성장 과정 중에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거나 관절이 불안정해지는 상태를 말하며, 다리 길이 차이, 고관절 운동 제한, 비대칭적인 다리 주름 등으로 초기 징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천성 고관절 탈구는 여자아이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며, 특히 첫째아이, 둔위 분만(엉덩이부터 나오는 출산), 가족력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출생 직후부터 문제가 있지만, 겉으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및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는 신생아 시기부터 생후 6개월까지 정기적으로 고관절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 시 초음파 검사 등으로 구조적인 이상을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진찰 시 의사가 시행하는 바로우(Barlow) 및 오르톨라니(Ortolani) 검사에서 고관절이 빠졌다 들어가는 소견이 있다면 적극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기의 다리를 관찰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징후 중 하나는 다리 길이의 차이입니다. 한쪽 다리가 짧아 보이거나, 다리를 구부릴 때 무릎 높이가 비대칭이라면 고관절 탈구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엉덩이와 허벅지의 피부 주름이 좌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아기가 걷기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절뚝거림이나 걷는 자세의 이상으로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 생후 초기의 정기적인 고관절 검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일부 경미한 형태의 고관절 이형성증은 통증이나 명백한 증상 없이 수년이 지난 후 골반 통증이나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단 방법은 아기의 연령에 따라 다르며,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초음파가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검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뼈보다 연골 조직이 더 많아 X선보다는 초음파가 고관절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생후 6개월 이후에는 뼈 성장이 진행되어 X-ray도 병행하여 시행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고관절 이형성증은 단순 불안정 상태부터 완전 탈구까지 다양한 범위로 분류되며,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집니다.

치료는 조기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에게는 파블릭(Pavlik) 하네스라는 특수 보조기를 착용시켜 고관절이 정상적인 위치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보조기는 아기의 다리를 개구리 모양으로 벌려 고관절이 자연스러운 위치에서 발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조기를 잘 착용하고 정기적인 초음파 추적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수술 없이 호전됩니다. 그러나 보조기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탈구가 심한 경우, 생후 6개월 이후에는 도수 정복(손으로 고관절을 밀어 넣는 시술)이나 석고 고정,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고관절의 비정상적인 발달은 진행되어 결국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관절통, 보행 장애, 다리 길이 차이로 인한 척추 측만, 심지어 조기 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세 문제'로 여기거나 성장하면서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의료진의 진찰과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정밀하게 평가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이의 평생 건강한 관절 기능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예방적 차원에서는 임신 중 둔위 자세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분만 전후 고관절 검진을 강화하고, 출생 직후 신생아 검진 시에도 정형외과적 검사에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기를 기를 때 다리를 쭉 펴는 강제적인 포대기 사용은 피해야 하며, 힙시트나 아기띠를 사용할 때도 다리를 자연스럽게 벌려주는 자세가 고관절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대한소아과학회 등은 이러한 안전한 보육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선천성 고관절 탈구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지만,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복잡하고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과 부모의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리 길이 차이, 엉덩이 주름의 비대칭, 무릎 높이 차이 등 작은 징후라도 놓치지 않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다면 아이가 정상적인 보행과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평생 사용할 관절의 건강은 바로 이 신생아 시기와 유아기의 조기 진단과 예방적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