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경련 – 뇌 손상의 신호일 수 있나요?
신생아는 뇌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놀람 반사나 수면 중 뒤척임이 아닌, 뇌의 이상 신호로 나타나는 **‘경련(seizure)’**일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련은 일반적으로 성인이나 소아의 전형적인 발작과는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가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뇌 손상이나 신경계 질환의 중요한 초기 증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과 조기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신생아에서 경련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출산 직후의 산소 부족(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출혈(뇌내 출혈, 뇌실 내 출혈), 감염(수막염, 패혈증), 저혈당, 저칼슘혈증과 같은 전해질 불균형, 또는 선천성 뇌기형, 유전성 대사 이상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조산아나 출생 시 출산 손상을 겪은 아기들은 경련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산모가 임신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았던 경우에도 태아의 대사 불균형이나 뇌의 혈류장애로 인해 경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련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성인의 전신 경련처럼 몸이 크게 떨리는 모습은 드뭅니다. 대신 눈동자가 한쪽으로 돌아가 고정되거나, 입술이 파르르 떨리거나, 팔이나 다리가 리드미컬하게 까딱이는 움직임, 호흡이 일시적으로 멎는 듯한 무호흡, 얼굴 근육의 이상한 경련성 찡그림, 혹은 몸통이 갑자기 뒤틀리는 듯한 이상한 움직임 등이 경련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10초에서 수십 초 정도 지속되며 반복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면 중에도 관찰됩니다. 특히 일반적인 자극에 반응하지 않거나 멍한 표정을 지속할 경우에도 경련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신생아 경련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신생아는 외형상으로 경련과 비슷한 행동을 보여도 실제로는 뇌파상에서 경련이 아닌 경우도 많고, 반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기적(전극상) 경련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뇌파 검사(EEG)를 포함한 정밀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혈액 검사를 통해 저혈당, 전해질 이상,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하고, 뇌 초음파, 뇌 MRI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나 뇌 손상이 있는지 평가하게 됩니다. 감염이 의심될 경우에는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해 수막염 여부를 감별합니다.
경련이 발견되면 그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대사적 이상이 원인이라면 이를 교정하는 치료(예: 포도당 투여, 칼슘/마그네슘 보충 등)를 우선 시행합니다. 감염이 원인이라면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뇌출혈이나 구조적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신경외과적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경련 자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페노바르비탈, 레베티라세탐, 페니토인 등과 같은 항경련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신생아의 뇌는 약물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용량으로 조절하되, 지속적인 뇌파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 효과를 관찰합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경련이 있다는 건 뇌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까?’라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신생아 경련의 일부는 일과성으로, 치료 후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원인이 명확하고 신속하게 치료된 경우에는 후유증 없이 정상 발달을 보이는 아기도 많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뇌의 구조적 손상, 대사성 질환, 산소 부족으로 인한 광범위한 뇌 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향후 뇌성마비, 발달지연, 지적 장애, 간질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뇌파상에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이상이 보이는 경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련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신생아 경련이 의심될 경우 ‘지켜보다가’ 혹은 ‘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미루지 말고, 즉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또는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산후조리원이나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중 눈에 띄는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멍한 표정, 시선 고정, 수유량 감소, 피부색 변화 등이 관찰된다면 영상으로 기록하고 병원으로 바로 내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영상 자료와 부모의 설명을 바탕으로 추가 검사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예방 측면에서는 임신 중 산모의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임신성 당뇨, 고혈압, 감염 질환(톡소플라스마,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조산을 예방하는 것도 뇌손상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또한 출산 직후 아기의 활력 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저혈당, 감염, 호흡곤란 등의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고 교정하는 것이 경련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고위험 신생아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뇌파 감시 및 대사 상태 조절을 통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생아 경련은 단순한 행동 이상이 아닌 심각한 뇌 손상 또는 대사 장애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조기 인지와 신속한 진단, 적절한 치료는 아기의 장기적 건강과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의료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련이 단 한 번이라도 의심될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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