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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질병

숨쉴 때 들리는 쎽쎽거림 – 천명음과 호흡기 감별

아기 숨소리가 이상해요 – 천명음이란?

아기가 숨쉴 때 쎽쎽거리거나 휘파람 부는 듯한 소리가 난다면, 부모는 누구나 불안해진다. 특히 조용한 밤에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이런 소리가 들리면 혹시 숨이 막히는 건 아닐까, 폐가 안 좋은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의료적으로 이런 숨소리는 ‘천명음(wheezing)’이라고 부른다. 천명음은 기도, 즉 숨이 지나는 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음성의 호흡음이다. 천명음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어떤 질환에 의해 생긴 하나의 증상이며, 다양한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

생후 첫 해 아기의 기도는 왜 좁을까?

신생아와 영아의 기도는 성인보다 훨씬 짧고 직경도 작으며 연골도 매우 연약하다. 이 때문에 조금만 염증이 생겨도 쉽게 붓고 좁아지며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천명음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려도 코, 인후 뿐 아니라 기도까지 점액이 증가하고 부종이 생기며 좁아진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는 호흡기에 방어력이 약하고 기도도 매우 협소해 쉽게 쎽쎽거리는 숨소리가 난다. 이 경우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반복된다면 기도 구조의 이상이나 만성적인 호흡기 질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 – 가장 흔한 천명음 원인

영유아에서 천명음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단연 바이러스성 하기도 감염이다. 특히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생후 첫 해에 거의 모든 아기가 한 번쯤 감염될 정도로 흔하며, 모세기관지염이라는 하기도 감염을 유발한다. 이 바이러스는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점액 분비를 증가시키고, 기도 벽을 부어오르게 해 천명음을 유발한다. 보통 감기처럼 콧물과 기침으로 시작되지만, 1~2일 내에 숨소리가 거칠고 쎽쎽거리며 수유량이 줄거나 숨을 빨리 쉬는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소아 천식 – 반복되는 쎽쎽거림은 경고신호

아기가 자주 쎽쎽거린다면 ‘소아 천식’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만 3세 이상에서 감기만 걸려도 반복적으로 천명음이 생기고, 야간이나 새벽에 기침을 자주 하며, 계절 변화나 먼지, 찬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 알레르기 체질,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쉽게 수축되는 질환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한 해에 3회 이상 천명음을 경험하거나 가족 중 천식·아토피가 있는 경우 소아 천식 진단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선천적인 기도 구조 문제도 원인일 수 있어요

쎽쎽거리는 숨소리가 반복되고, 감기 없이도 평소에 항상 들린다면 선천적인 구조 이상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도연약증(laryngomalacia)**과 **기관연화증(tracheomalacia)**이다. 이는 기도 주변 조직이 너무 물러서 숨을 들이마실 때 기도가 일시적으로 납작하게 눌리며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특히 수유 중이나 울 때 증상이 심해지고, 잠자는 자세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기도 연골이 단단해지고 생후 12~18개월 정도에 저절로 호전되지만, 호흡 곤란이나 체중 증가 부진이 동반되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위험한 원인 – 기도 이물, 혈관 고리, 종양 등

급작스럽게 쎽쎽거리는 숨소리가 시작되었다면, 음식이나 작은 물건을 삼켜 기도 이물이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땅콩, 사탕, 작은 장난감 조각은 기관지에 걸려 한쪽 폐로 공기가 잘 안 들어가고 천명음이 들릴 수 있다. 아이가 갑자기 기침을 하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힘들어 보이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드물게는 **혈관 고리(vascular ring)**나 기도 종양, 기도 협착 같은 해부학적 이상으로 인해 기도가 눌리며 지속적인 천명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CT, 기관지 내시경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위식도역류도 쎽쎽거림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자주 구토를 하고, 수유 직후 자주 칭얼거리며 야간에 천명음이 심하다면 **위식도역류(GERD)**가 원인일 수 있다. 위산이 식도를 넘어 기도까지 자극하면 기관지 수축이 생기고 쎽쎽거리는 숨소리가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적인 호흡기 치료로는 효과가 없고, 위산 억제제나 자세 조절, 수유 후 자세 유지 등의 위식도역류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천식과 위식도역류가 함께 있는 아이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언제 병원을 가야 할까?

숨쉴 때 들리는 쎽쎽거림 – 천명음과 호흡기 감별

아기가 쎽쎽거리는 소리를 낼 때,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꼭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숨 쉬는 속도가 빨라지고, 가슴이나 갈비뼈 아래가 들어가며 숨쉬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거나, 청색증(입술이나 손끝이 파래지는 현상), 수유를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복되는 천명음, 감기 이후에도 오래 지속되는 기침, 수면 중 잦은 각성과 기침도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영유아는 폐 기능 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병력과 청진, 필요 시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점

쎽쎽거리는 숨소리는 단순 감기일 수도 있고, 천식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으며, 드물게는 구조적 이상이 원인일 수도 있다. 부모는 아기의 호흡음을 잘 관찰하고, 증상이 자주 반복되거나 악화될 경우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1세 이하 영아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천명음 자체는 병명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므로,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숨소리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진다면,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마음보다 “한 번 진료를 받아보자”는 마음이 아기의 건강을 지키는 데 훨씬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