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소리, 괜찮은 건가요? — 영유아 심잡음의 의학적 의미
영유아 검진 중 예상치 못하게 "심잡음이 들립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많은 부모들이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심잡음(heart murmur)은 심장 내 혈류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소리로, 모든 심잡음이 심장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소아 심잡음의 약 70~80%는 생리적 잡음(기능적 심잡음)**이며, 심장 구조에는 이상이 없지만 일시적인 혈류 속도나 음향 특성으로 인해 청진 시 들리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일부 심잡음은 **선천성 심장질환(congenital heart disease)**이나 혈역학적 이상을 반영할 수 있어 감별과 정밀 진단이 중요합니다.
대한소아심장학회, 미국심장협회(AHA),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본 글에서는 영유아 심잡음의 종류, 감별 진단 기준, 검사 방법, 치료 방향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➊ 심잡음이란? – innocent vs pathologic murmur
심잡음은 심장 내 혈류가 판막이나 협착 부위를 지나며 발생하는 비정상적 청진음을 말합니다. 심장질환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생리적(innocent)’ 심잡음이라 부릅니다. 반면, 심장 판막이나 심실중격, 대혈관 구조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 ‘병적(pathologic)’ 심잡음으로 분류됩니다.
생리적 심잡음은 대개 나이에 따라 사라지며, 아이가 앉거나 눕는 자세에 따라 소리가 변화하고, 심음 강도도 비교적 작고 일정합니다. 대표적으로 ‘Still's murmur(스틸잡음)’이나 폐동맥 유입음(pulmonary flow murmur)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반면 병적 심잡음은 소리의 위치나 강도, 지속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흉골 좌우에서 동시에 들리는 경우가 많으며, 심음 외에도 청색증, 호흡곤란, 성장지연, 피로감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천성 심기형(예: 심실중격결손 VSD, 동맥관개존증 PDA 등)과 연관되는 경우는 조기 진단과 중재가 필요합니다.
➋ 원인 감별 – congenital heart defects in infancy
영유아 심잡음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천성 심장질환(congenital heart defects, CHD)**입니다. 선천성 심기형은 전체 신생아의 약 100명 중 0.8~1명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대부분 출생 직후나 생후 수개월 내에 발견됩니다. 그중 상당수는 정기 검진에서 청진을 통해 심잡음으로 처음 의심됩니다.
대표적인 선천성 심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실중격결손(Ventricular Septal Defect, VSD): 심실 사이의 벽(중격)에 구멍이 생긴 상태로, 좌심실에서 우심실로 혈류가 새면서 강한 수축기 잡음이 발생합니다. 국내에서도 가장 흔한 심기형 중 하나로, 결손의 크기에 따라 치료 방식이 달라집니다.
- 심방중격결손(Atrial Septal Defect, ASD): 심방 사이의 중격 결손으로 인해 좌우 심방 간 혈류 교차가 발생합니다. 초기에 증상이 미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폐혈류 증가와 심부전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 동맥관개존증(Patent Ductus Arteriosus, PDA): 태생기에 열려 있어야 할 동맥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징적으로 **연속성 잡음(continuous murmur)**이 들리며, 심부전이나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 폐동맥협착증(Pulmonary Stenosis) 또는 대동맥협착증(Aortic Stenosis): 혈류 유출로의 협착으로 인해 **이젝션 클릭(ejection click)**과 같은 독특한 심잡음을 유발하며, 중등도 이상이면 수술적 중재가 필요합니다.
- 복잡성 심질환(Tetralogy of Fallot, Transposition of the Great Arteries 등): 청색증(cyanosis), 호흡곤란, 성장지연 등이 동반되며, 대부분 신생아기 또는 영아기 초반에 중증도로 나타나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이중 대혈관 기형(double outlet right ventricle), 심방-심실 공동관 결손(AVSD) 등 다양한 구조적 이상이 병적 심잡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선천성 질환은 출생 직후에는 무증상이지만, 생후 수개월에 이르러 심잡음이 점점 뚜렷해지거나 성장 부진, 빈호흡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심방과 심실 간의 압력 차이가 뚜렷하지 않거나 폐혈류가 적은 경우, 심잡음이 오히려 약하거나 들리지 않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유전 질환(예: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이나 조산아, 저체중아에게서 선천성 심기형이 더 자주 동반되므로, 이들 고위험군은 보다 적극적인 심초음파 검사가 권장됩니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소아심장학회가 협력하여 선천성 심질환 고위험군에 대해 생후 6개월 이내 심장초음파 검사를 보장하고 있어, 부모가 적절한 시점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약하자면, 병적 심잡음은 단순한 혈류 소리를 넘어, 구조적 심장 이상이나 기능적 장애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감별이 필수적입니다. 단순 청진만으로 병적·생리적 심잡음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아심장 전문의의 진료와 정밀 영상검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➌ 진단 절차 – auscultation, ECG, echocardiography
심잡음이 들렸다고 해서 바로 심장질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단계별 검사가 필요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청진(청진기 사용)**을 통해 소리의 위치, 강도, 지속 시간, 박동과의 관계를 평가합니다. 이때 2~3기 이상의 지속적 또는 수축기 후반부 잡음이거나 **연속성 잡음(continuous murmur)**이 들릴 경우 병적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후에는 **심전도(ECG)**를 통해 심장 리듬이나 전기적 활동을 확인하며, 흉부 X선으로 심장 크기, 폐혈류 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리적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초음파(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요합니다.
심초음파는 심장 판막 구조, 혈류 방향, 결손 부위 유무, 압력 차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대한심장학회는 모든 병적 심잡음 의심 사례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기 수술 또는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➍ 치료 및 경과 – monitoring and cardiac surgery in infants
영유아 심잡음은 대부분 생리적이며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리적 잡음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심장 내 구조가 발달하고 혈류 속도가 안정되면서 소리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기적인 청진과 성장 관찰만으로 충분합니다.
반면 병적 잡음의 경우,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심실중격결손(VSD)**은 자연 폐쇄되는 경우가 많아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결손은 수술적 봉합이 필요합니다. PDA는 **인도메타신(indomethacin)**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약물 치료로 닫히는 경우도 있지만, 약물 반응이 없거나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심도자술 혹은 수술적 결찰이 고려됩니다.
최근에는 영유아도 가능한 최소 침습 수술이나 카테터 중재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병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정상 성장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예후가 매우 우수합니다. 미국심장협회(AHA), 소아심장학회 등은 생후 첫 해 내에 발견된 선천성 심기형의 치료 성과가 과거 대비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 결론 요약
영유아의 심잡음은 대부분 무해한 생리적 현상이지만, 일부는 심각한 선천성 심장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청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필요시 심초음파를 포함한 정밀 심장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적 심잡음이 확인된 경우에도, 현재 의료기술로는 대부분의 질환이 조기 치료 가능하므로 과도한 불안보다는 정확한 평가와 관리가 최선의 예방이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증상 변화와 발달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문 의료진과 협력해 체계적인 경과 관찰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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